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월급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진다고 느낀다. 통장에 찍히는 급여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생활은 분명 더 빠듯해졌다. 이러한 체감 빈곤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소비 습관이나 절약 의지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월급이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점점 가난해진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러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임금은 정체되었지만 필수 지출은 계속 늘어났다.
체감 빈곤이 커지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임금 상승 속도와 필수 지출 증가 속도의 차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명목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연봉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실질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많다. 반면 필수 지출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주거비, 식비, 교통비, 통신비, 보험료 같은 비용은 줄이고 싶어도 쉽게 줄일 수 없다. 특히 주거비와 식비는 생활의 기본을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소득 대비 비중이 커질수록 체감 부담은 급격히 증가한다.
결과적으로 월급은 그대로인데 남는 돈은 줄어들고 생활의 여유는 사라지게 된다.
소비 구조가 고정비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소비에서 조절 가능한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외식을 줄이거나, 여가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 구조는 다르다.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 월세나 대출 상환금, 각종 구독 서비스 비용, 교육비와 보험료 등은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이러한 고정비는 한번 설정되면 줄이기 어렵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 비중이 커질수록 체감 빈곤은 더욱 심해진다. 돈을 쓰지 않았다고 느끼는데 통장은 항상 비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물가 상승은 평균이 아니라 체감에서 결정된다.
공식 물가 상승률은 사람들의 체감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품목의 가격 상승이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식료품, 외식비, 교통비, 공공요금처럼 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가격이 오르면 체감 물가는 급격히 상승한다. 반면 잘 사지 않는 품목의 가격 하락은 체감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로 인해 통계상 물가는 안정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실제로 훨씬 가난해졌다고 느낀다.
체감 빈곤은 통계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현재의 빈곤감을 키운다. 체감 빈곤은 현재의 소득과 지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역할을 한다. 고용 안정성은 약해졌고 노후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더 많이 전가되었다. 주거, 교육, 의료 같은 영역에서 국가나 사회의 보호는 줄어든 반면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늘어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지금 당장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항상 불안이 따라다닌다.
사람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부족하다. 이 간극이 체감 빈곤을 더욱 깊게 만든다.
3. 비교 가능한 사회가 상대적 빈곤을 강화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비교의 공간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타인의 소비와 삶의 수준이 실시간으로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생활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실제 소득이 줄지 않았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특히 주거 수준, 자산 보유 여부, 소비 여력은 비교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상대적 빈곤감은 체감 빈곤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기준보다 주변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의 경제 상태를 판단한다. 체감 빈곤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월급이 그대로인데도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이유는 개인의 무능이나 낭비 때문이 아니다. 임금 정체, 필수 지출 증가, 고정비 중심의 소비 구조, 체감 물가 상승 ,미래 불안, 상대적 박탈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 구조 안에서 개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체감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체감 빈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환경과 구조를 먼저 바라봐야 한다.
월급이 그대로인데 가난해졌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인 현상이다. 체감 빈곤은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지출 구조와 불안, 비교의 문제다.
이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를 이해할 때 비로소 합리적인 대응과 선택이 가능해진다.
체감 빈곤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다. 지금의 경제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